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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한마디에 초토화…'시가'라는 폭탄과 미쳐버린 물가, 자갈치 상인들은 죄가 없다?

 부산의 대표 관광지들이 '바가지요금'이라는 거센 역풍을 맞으며 휘청이고 있다. 논란의 시작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한 편이었다. 자갈치시장에서 시가로 표기된 해삼 한 접시를 7만 원에 먹었다는 경험담은 순식간에 온라인을 타고 퍼져나갔고, 뒤이어 기장 해동용궁사 인근에서 판매하는 3000원짜리 어묵까지 도마 위에 오르며 비난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급기야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직접 이 문제를 언급하기에 이르자, 성난 민심은 부산 관광지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됐다. 그 직격탄은 고스란히 상인들에게 돌아왔다. 추석 대목을 코앞에 둔 자갈치시장은 점심시간에도 빈 테이블이 더 많을 정도로 내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겼다. 20년째 장사를 해왔다는 한 상인은 국내 손님이 절반으로 줄었다며, 일부 업소의 문제가 시장 전체에 대한 '죄인' 낙인으로 번진 현실에 억울함을 토로했다. 시장 전체가 싸잡아 비난받는 상황 속에서, 상인들은 "이번 추석 대목마저 무너지면 올해 장사는 끝"이라며 깊은 시름에 잠겼다.

 


상인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지만, 소비자들의 불신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상인들은 문제의 7만 원짜리 해삼에 대해, 최근 어획량이 급감하며 원가 자체가 폭등했다고 항변한다. 실제로 지난달 말 상품 1kg의 경매가가 2만 4000원에 달했고, 소매 유통과 손질비, 인건비를 더하면 식당 가격은 자연스레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서울 노량진수산시장 경매가 역시 한 달 새 5배나 급등한 사실은 이를 뒷받침한다. 3000원짜리 어묵 또한 원가만 1700원대에 이르는 고급 제품으로, 임대료와 인건비를 고려하면 과도한 가격이 아니라는 게 상인과 납품업체의 공통된 설명이다. 하지만 매일 가격이 변동된다는 이유로 구체적인 금액 대신 '시가'로만 표기하는 불투명한 판매 관행은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의 불신을 키우는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다. 상인들은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매일 가격표를 바꾸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호소하지만, 부산시는 상인들의 사정을 이해하면서도 가격 투명성 확보가 우선이라는 강경한 입장이다. 시는 '시가' 품목도 당일 기준 가격을 명확히 안내하도록 계도 활동을 강화하고, 16개 구·군에 이행 실적 보고까지 지시하며 바가지요금 근절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