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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그날, 유리건판에 새겨진 '기억'…80년 묵힌 이야기 풀린다

 백제의 마지막 수도, 그 심장부에 자리한 국립부여박물관이 어느덧 개관 80주년이라는 뜻깊은 이정표를 맞았다. 이를 기념하여 박물관은 오는 30일부터 '80년, 함께 걸어온 기억의 순간'이라는 제목의 특별전을 열고, 파란만장했던 지난 세월을 관람객과 함께 되짚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유물 나열을 넘어, 박물관 자체가 겪어온 역사의 굴곡을 고스란히 담아낸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전시는 박물관의 역사를 크게 네 시기로 나누어 조명한다. 

 

모든 것의 시작이었던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박물관 부여분관' 시절부터, 광복 이후 부소산 기슭에 새롭게 터를 잡고 우리 문화유산의 보금자리로 거듭나기 시작한 '부소산 1, 2기', 그리고 현재의 금성산 아래에서 백제 전문 박물관으로서 위용을 갖추게 된 '금성산 시기'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의 숨결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일제강점기 당시의 모습을 촬영한 유리건판 사진 원본이 공개되어, 암울했던 시대 속에서도 우리 문화재를 지키려 했던 치열한 순간을 생생하게 증언한다.

 


이번 특별전에 출품되는 유물과 기록 자료는 총 170여 점에 달한다. 이들은 단순한 전시품이 아니라, 국립부여박물관의 80년 역사를 관통하는 살아있는 증인들이다. 낡은 흑백 사진 한 장, 빛바랜 문서 한 장에는 식민지 시절의 설움과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서야 했던 고난의 시간이, 그리고 마침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백제사 전문 박물관으로 자리매김하기까지의 벅찬 환희가 모두 담겨있다. 관람객들은 전시를 통해 박물관의 초창기 모습부터 각종 도면과 간행물, 직원들의 활동 기록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다채로운 자료들을 통해 박물관의 발자취를 입체적으로 따라가 볼 수 있다. 

 

이는 곧 격동의 현대사 속에서 우리 문화유산이 어떻게 수집되고 보존되어 왔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80년의 세월 동안 묵묵히 백제의 기억을 지켜온 국립부여박물관의 이번 특별전은,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성찰하며 미래를 향한 새로운 걸음을 내딛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