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와 다름없는 식사량에도 불구하고 체중이 증가하거나, 이유 없이 지속적인 피로감을 느끼는 경우, 많은 이들이 이를 단순한 스트레스나 노화 현상으로 치부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증상들은 우리 몸의 에너지 대사를 조절하는 중요한 기관인 갑상샘(갑상선)에 이상이 생겼음을 알리는 신호일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갑상샘 기능 저하증'은 갑상샘 호르몬의 분비가 부족해지면서 신체 전반의 대사 기능이 느려지는 질환으로, 초기 증상이 모호하여 간과하기 쉽지만, 방치할 경우 심각한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조기 진단과 적절한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갑상샘 기능 저하증은 갑상샘 호르몬 부족으로 인해 신체 대사 활동이 전반적으로 둔화되는 특징을 보인다. 이로 인해 환자들은 만성적인 피로감과 무기력감을 호소하며, 몸이 전반적으로 둔해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 식사량에 변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체중이 증가하거나, 다른 사람들보다 추위를 유난히 많이 타는 증상도 흔하게 나타난다. 이 외에도 변비, 피부 건조, 탈모, 집중력 저하, 기억력 감퇴, 심지어 우울감과 같은 다양한 신체적, 정신적 증상들이 동반될 수 있다. 이러한 증상들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고지혈증, 동맥경화 등 심혈관계 질환을 비롯한 여러 전신 질환으로 발전할 위험이 있으며, 특히 여성에게서 발병률이 높고 자가면역질환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발병 위험이 더욱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갑상샘 기능 저하증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는 자가면역 질환의 일종인 '하시모토 갑상샘염'이 꼽힌다. 이는 면역 체계의 이상으로 인해 갑상샘이 스스로 손상되어 기능이 저하되는 현상이다. 이 외에도 갑상샘 수술을 받았거나 방사선 치료의 후유증, 갑상샘 기능을 저하시키는 특정 약물 복용, 뇌하수체 질환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갑상샘 기능 저하증의 진단은 비교적 간단한 혈액 검사를 통해 이루어진다. 혈액 검사 결과 갑상샘 자극 호르몬(TSH) 수치가 높고 갑상샘 호르몬(T3, T4) 수치가 낮게 나타나면 갑상샘 기능 저하증으로 확진된다. 진단 후 치료는 부족한 갑상샘 호르몬을 합성 호르몬제인 '레보티록신'을 복용하여 보충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치료 시작 후에는 6~8주 간격으로 혈액 검사를 통해 호르몬 수치를 확인하며 약물 용량을 조절하게 된다. 호르몬 수치가 안정기에 접어들면 6개월에서 1년에 한 번씩 추적 검사를 진행하여 상태를 관리한다. 대부분의 환자는 꾸준한 약물 복용과 관리로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그러나 갑상샘 기능 저하증은 대부분 평생 관리가 필요한 만성 질환이므로, 증상이 호전되었다고 해서 임의로 약물 복용을 중단해서는 안 되며, 반드시 의료진의 지시에 따라 정기적인 검사와 약물 복용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약물 치료와 더불어 균형 잡힌 식단, 충분한 수면, 규칙적인 운동과 같은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증상 완화 및 전반적인 건강 증진에 큰 도움이 된다. 박소영 고려대 안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갑상샘 기능 저하증은 증상이 서서히 진행되어 피로감이나 체중 증가를 단순한 노화 현상으로 오인하기 쉽다"며 "경미한 증상이라도 오랫동안 지속된다면 반드시 병원을 방문하여 정확한 진료를 받아볼 것을 권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