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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없다' 19일 만에 멈춘 통합 시계
더불어민주당이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오는 6월 3일 지방선거 전까지 중단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이는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통합을 제안한 지 불과 19일 만에 내려진 결론으로, 당 내부의 거센 반발과 각종 논란이 겹치면서 정 대표의 야심 찬 통합 구상이 일단 멈춰 서게 됐다. 정 대표는 지방선거 이후를 기약하며 고개를 숙였지만, 추진 과정에서 불거진 리더십 논란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정청래 대표는 10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방선거 전까지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중단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대신 양당의 연대와 통합을 준비하기 위한 추진준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하고, 조국혁신당 측에도 이에 동참해 줄 것을 제안했다. 사실상 선거 전 통합은 물 건너갔으며, 선거가 끝난 뒤에나 다시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유예 선언인 셈이다.
이번 결정은 정 대표가 지난달 22일 긴급 기자회견을 자처하며 혁신당에 우리와 합치자고 공개 제안한 이후 줄곧 이어진 당내 혼란을 수습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당시 정 대표는 이재명 정부의 성공과 지방선거 승리라는 시대정신을 강조하며 양당이 따로 선거를 치를 이유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국 혁신당 대표 또한 정권 재창출이라는 목표에 동의한다며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면서 통합 논의는 급물살을 타는 듯했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 내부에서부터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언주, 황명선, 강득구 등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의 독단적인 발표에 즉각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지도부와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기자회견 20분 전에야 내용을 공유했다는 절차적 정당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당내 분위기는 급격히 냉각됐다. 초선 의원 모임인 더민초 역시 독단적인 추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힘을 보탰다.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이른바 밀약설과 대외비 문건 유출 사고까지 터졌다. 민주당 출신 국무위원과 의원 사이에 오간 텔레그램 메시지가 공개되며 나눠먹기식 합당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고, 이어 사무처가 작성한 구체적인 합당 일정과 공천 불이익 방지책 등이 담긴 문건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논란은 극에 달했다. 정 대표는 실무자의 작성 문건이 유출된 사고라며 진상조사를 지시했지만, 이미 당내 불신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상태였다.
여기에 특검 후보 추천을 둘러싼 청와대와의 갈등이 결정타가 됐다. 친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추천한 인사가 과거 대통령 관련 사건과 얽혀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다. 이는 당청 갈등으로 비화했고, 합당 반대 진영에서는 제2의 체포동의안 가결 시도라거나 대통령에 대한 배신이라는 날 선 비판까지 쏟아졌다. 정 대표가 급히 사과하며 진화에 나섰으나 통합을 밀어붙일 동력은 사실상 소멸했다.

조국혁신당 측의 압박도 거셌다. 조국 대표는 지난 8일 2월 13일까지 공식 답변이 없으면 합당은 없는 것으로 하겠다는 데드라인을 제시하며 민주당을 압박했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지지세를 등에 업고 전 당원 여론조사를 검토하기도 했지만, 의원총회와 최고위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결국 10일 의원총회에서 대다수 의원이 지선 전 합당 불가론에 손을 들어주면서 정 대표는 자신의 제안을 스스로 거둬들여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번 사태로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은 작지 않은 상처를 입게 됐다. 지방선거 승리라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한 추진 방식이 당내 민주주의를 훼손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이날 통합 논의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은 자신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과 양당 당원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앞으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통합준비위원회를 통해 완만한 연대 수준을 유지하며 지방선거에 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선거 과정에서 후보 단일화나 공천 지분 등을 둘러싼 양당 간의 신경전은 언제든 다시 폭발할 수 있는 불씨로 남아있다. 또한 선거 결과에 따라 이번 합당 중단 결정이 정 대표에게 약이 될지 독이 될지도 판가름 날 전망이다.
민주당 당원 게시판과 SNS 등에서는 이번 결정을 두고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선거를 위해 반드시 합쳤어야 했다는 아쉬움과, 원칙 없는 합당은 독이라는 냉정한 평가가 엇갈리는 분위기다. 정 대표가 고개를 숙이며 일단락된 이번 합당 소동이 향후 지방선거 판세와 야권 지형 재편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정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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