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쩐내 나는 견과류, 다시 볶아도 발암물질 그대로
가정마다 건강을 위해 챙겨 먹는 견과류가 보관 방식에 따라 치명적인 독소의 온상이 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아몬드나 호두처럼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식품은 공기와 빛, 열에 노출될 경우 산패가 급격히 진행되는데, 이를 단순히 오래된 냄새로 치부하고 섭취했다가는 건강을 해칠 수 있다. 특히 습한 환경에서 번식하는 곰팡이가 생성하는 독소인 '아플라톡신'은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이미 식품 전체에 퍼져 있을 가능성이 커 각별한 경계가 필요하다.최근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이 실시한 가공식품 안전성 검사 결과에 따르면, 시중에 유통되는 견과류 가공품 등에서 기준치 이내이긴 하나 아플라톡신이 검출되는 사례가 확인되었다. 이는 유통 과정뿐만 아니라 가정 내 보관 과정에서도 오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많은 이들이 냉장고에 넣어두면 안전할 것이라 믿지만, 잦은 문 여닫음으로 인한 온도 변화와 밀폐되지 않은 용기 틈으로 스며드는 습기는 견과류의 변질을 부추기는 주범이 된다.

가장 위험한 오해 중 하나는 변질된 견과류를 볶거나 데치면 안전해질 것이라는 믿음이다. 아플라톡신은 국제암연구소가 지정한 1군 발암물질로, 간암 발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열에 매우 강한 특성을 지닌다. 일반적인 가정용 조리 온도에서는 독소가 파괴되지 않기 때문에, 쩐내가 나거나 눅눅해진 견과류를 가열해 먹는 것은 독을 그대로 섭취하는 것과 다름없다. 특히 간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는 소량의 독소도 치명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곰팡이가 핀 부분만 골라내고 먹는 행위 역시 위험천만하다. 겉으로 보기에는 일부분만 오염된 것처럼 보일지라도 곰팡이 포자와 독소는 이미 알갱이 내부와 주변으로 확산해 있을 확률이 높다. 한 통에 담긴 견과류 중 일부에서만 이상 징후가 발견되더라도 전체를 폐기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씻어내는 방식 또한 수용성 독소가 아닌 경우 효과가 미미하며, 오히려 습기를 더해 곰팡이 번식을 도울 뿐이다.

안전한 견과류 섭취를 위해서는 구매 단계부터 전략이 필요하다. 대용량 제품이 경제적일 수 있으나, 가급적 짧은 기간 내에 소비할 수 있는 소포장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개봉 후에는 즉시 1회 섭취량만큼 소분하여 공기를 최대한 제거한 뒤 지퍼백이나 밀폐 용기에 담아 보관해야 한다. 보관 온도는 냉장의 경우 10도 이하, 장기 보관 시에는 영하 18도 이하의 냉동실을 이용하는 것이 산패 속도를 늦추는 최선의 방법이다.
결국 견과류의 건강함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서는 '아까움'보다 '안전'을 우선시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특유의 고소한 향 대신 묵은 기름 냄새가 나거나 색깔이 어둡게 변했다면, 이는 식품이 보내는 마지막 경고 신호다. 몸에 좋은 영양소를 섭취하려다 발암물질을 들이마시는 우를 범하지 않으려면, 지금 당장 냉장고 구석에 방치된 견과류 통을 열어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변질된 식품을 과감히 버리는 결단이 건강한 식생활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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