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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전쟁 성폭력 1004건…89% 러시아 측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발생한 성폭력 사건 1004건을 분석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확인된 사례 가운데 89%는 러시아 측 당국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으며, 나머지 11%는 우크라이나 측 당국에 의한 사례였다.
OHCHR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과정에서 발생한 성폭력’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러시아의 전면 침공이 시작된 2022년 2월 24일부터 2026년 7월 31일까지 발생한 성폭력 사건을 대상으로 작성됐다. 유엔 인권감시단(HRMMU)이 수백 명의 피해자와 생존자를 직접 인터뷰하고 법원 문서와 공식 기록 등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했다.
OHCHR이 확인한 성폭력 사건은 총 1004건이었다. 이 가운데 89%는 러시아군과 러시아 연방교정국(FSIN), 연방보안국(FSB) 등 러시아 측 당국에 의한 것으로 분류됐다. 나머지 11%는 우크라이나군과 국가보안국(SBU), 교정 관련 기관 등 우크라이나 측 당국에 의한 사례였다.
유엔 보고서는 성폭력이 특정한 한 가지 형태로만 발생한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러시아 측 사례에서는 강간과 집단강간, 성폭행, 성고문을 비롯해 성기 훼손, 성기에 전기충격을 가하거나 구타하는 행위, 강제 나체, 성적 모욕과 위협 등이 확인됐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포로와 구금된 의료진, 민간인에 대한 성폭력이 체포와 구금, 이송, 심문, 수감, 포로 교환과 석방에 이르는 여러 단계에서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는 어린아이부터 고령자까지 전 연령층에 걸쳐 있었다. 유엔이 확인한 피해 사례 가운데 가장 어린 피해자는 4세였으며, 가장 나이가 많은 피해자는 82세였다. 특히 남성 피해자의 비중이 높았는데, 구금시설에 수감된 전쟁포로 등을 중심으로 성폭력이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지역에서는 여성과 어린이 피해가 두드러졌다. 구금 상태가 아니었던 민간인 피해자 가운데서도 여성과 아동이 상당수를 차지했다. 유엔은 점령지에서 러시아 측 당국에 의한 성폭력이 주거지 등에서도 발생했으며, 여성과 소녀들이 강간과 성폭행, 강제 나체, 성폭력 위협 등의 피해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피해 사례도 담겼다.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지역에서는 한 여성이 구금된 남편을 더 잘 대우해주겠다는 러시아군 병사의 말을 믿었다가 한 달 동안 일주일에 여러 차례 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헤르손 지역에서도 피해 사례가 확인됐다. 한 여성은 러시아군 병사가 자신의 집에 머물면서 매일 밤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진술했다. 또 다른 사례에서는 러시아군 병사들이 가족이 있는 집에 침입해 여성을 성폭행하고 저항할 경우 어린 아들 앞에서 총을 쏘겠다고 위협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쟁포로를 대상으로 한 성폭력도 광범위하게 확인됐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일부 남성 전쟁포로들은 구금시설에서 성기에 전기충격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보고서는 소련 시절 군용 야전전화인 이른바 ‘타픽’을 이용해 성기에 전기충격을 가하는 행위가 우크라이나 전쟁포로와 구금된 의료진을 상대로 사용된 성폭력의 한 형태였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측 당국에 의한 성폭력 사례도 보고서에 포함됐다. 러시아 및 제3국 국적의 전쟁포로와 분쟁 관련 억류자들을 대상으로 한 사례가 확인됐으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성폭력 자체보다 성폭력을 가하겠다는 위협과 관련된 것으로 조사됐다. 강제 나체, 성기에 대한 전기충격과 구타, 나체 상태에서의 폭행과 성적 모욕 등도 확인됐다. 유엔은 우크라이나 측 사례에서도 성폭력이 심문과 구금 과정에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유엔은 이번 보고서가 전쟁 기간 발생한 모든 성폭력 사건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성폭력은 피해자가 신고하거나 진술하기 어려운 특성 때문에 실제 피해 규모가 더 클 가능성이 있으며, 보고서의 1004건은 유엔이 조사와 자료 분석을 통해 확인한 사례를 뜻한다. 또한 하나의 사례에 여러 차례의 성폭력 행위가 포함될 수 있어 단순히 ‘1004건의 행위’로 계산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볼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성폭력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적인 무력 공격에서 심각한 특징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해자가 어느 쪽이든 성폭력은 즉시 중단돼야 하며, 러시아 측에서 확인된 사례가 많은 만큼 러시아 당국이 민간인과 전쟁포로를 포함한 피해자들을 모든 형태의 고문과 성폭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튀르크 최고대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 모두 성폭력 의혹이 제기된 사건을 신속하고 철저하며 공정하게 조사하고, 책임이 확인된 가해자를 소속이나 계급과 관계없이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분쟁 관련 성폭력이 우려되는 국가 목록에 러시아를 추가한 바 있다. 이번 OHCHR 보고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발생한 성폭력의 규모와 피해 양상을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제시했다. 특히 러시아 측에 의한 사례가 전체의 89%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된 가운데, 우크라이나 측에 의한 사례도 함께 확인되면서 전쟁 과정에서 발생한 성폭력에 대한 양측의 책임 문제를 모두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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